노력도 재능

대개는 경력이 오랠수록 노동강도가 줄어들던데, 내 경우는 어째서인지 쌓여간 경력만큼 노동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나는 PC 게임을 개발하다가 2012년 1월에 모바일로 이적을 했다. 그때는 블루오션이었고, 카카오 게임센터가 오픈되기 전이었다. 내가 속해 있던 프로젝트는 카카오 게임센터 런칭작중 하나였다. 모바일 개발은 호흡이 아주 빨랐고, 런칭후의 판가름은 더 빨랐다. 모바일로 옮겨온 후엔 평균 3시간씩 자면서 일을 다녔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랬고, 그 이후에도 개발자들은 마구 갈려나갔다.

일을 그만두기 직전의 어느 때였는데, 빌드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할 것이 없어서 회사앞 알파문구에서 사온게 루빅스 큐브였다. 그걸 맞추는 일은 평생동안 절대로 해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방법을 익힌후에는 금새 한쪽 면을 맞출 수 있게 됐다. 그 뒤는 공식이어서 외우기가 힘들었다. 잊고 외우고를 반복하다가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큐브는 한쪽 면이나마 맞추는 것을 신기해하던 조카 2호가 가져갔다.

어제 오빠네 집에 갔더니 새로운 큐브들이 잔뜩 있길래 다 맞출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맞출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조카 2호는 5분안에 다 맞출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한쪽 면 밖에는 맞출 수가 없는데 말이다.

조카 2호가 말하기를 ‘그때 엄청나게 노력했죠. 유튜브를 15번이나 봤다고요.’ 이제는 뭔가 습득하는게 힘들어진 나이가 되어, 대체 유튜브 15번이 뭐 그리 많은 시청인지 알 수가 없지만 어찌됐든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2호의 말이 쿵…하고 마음을 울렸다.

사람들의 상당수는 뭔가를 하거나 익히는 도중에 그만두기 일쑤이고, 쉽게 게을러져서 나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믿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고, 임계점이 나이가 어릴때보다 훨씬 멀기때문에 노력은 배로 든다. 결국 나이가 든 후에 뭔가 익히는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몇 년간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큐브 한 면만 맞출 수 있는채로 4년이 흘렀다. 세상에. 초딩에게 감화를 받고 생각이 깊어지는 새벽이다.

마이너 라이프

불매라는건 참 피곤한 행동이다. 나는 수년째 몇몇 브랜드를 불매하고 있다.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 종류가 있고, 조금 덜 구입하는 것이 있다. 이중에 삼성 제품은 아예 안 사는 타입으로, 제품구매를 안하게 된건 15년전쯤부터이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을 쓰면서 삼성 핸드폰을 안 쓰는 일은 힘든 일이다. 큰 대안이 없던 탓에 나는 그동안 지독히도 말 많았던 LG전자 핸드폰을 15년 넘게 썼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냥 속 편하게 아이폰을 샀었어야 했다 하는 후회가 들지만.

아무튼 작년 6월. 핸드폰이 꺼져서 완전히 켜지지 않는 지경이 되어서 긴급하게 집앞에서 구매를 했다. 제품이 없어서 퀵을 기다렸다가 당일 개통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탓에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개통이 됐다. 카메라는 개통 첫날부터 자동으로 꺼지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앱 탓이려니하고 내버려둔게 화근이었다. 그 날은 너무 지쳐있었다. 카메라 꺼짐은 나아지지 않았고, 어느날 충전단자가 부식되어서 충전케이블 인식불능이 되어서야 점검을 받으러 갔다. 그 때가 9월쯤. 방수폰이라도 사실은 방수가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맞는 말이다. 전자제품이 물에 닿는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무튼 카메라는 여전히 꺼지는 와중에 저장공간이 꽉차서 데이터 케이블 인식불능을 알게되었다. 이번엔 충전은 되는데 USB케이블 인식이 안된다. 12월이었다. 이 때 서비스센터에서 카메라를 초기화해보고, 공장초기화를 했지만 카메라는 해결되지 않았다. 데이터 케이블 인식 불능은 아예 보드 문제라고 했다.(….) 연말이라 부품 재고도 며칠 기다려야 했고, 메인보드 교체전에 데이터 백업도 안된 상태라 그냥 돌아왔다. 이 날부턴 전화통화를 할때마다 에코까지 생겼다. 점점 핸드폰 상태가 안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드디어 큰 맘 먹고 서비스 센터에 가서 메인보드를 교체했다. 카메라는 현재까진 문제가 없다. 통화품질도 괜찮은 것 같다.
엔지니어는 충전단자 부식이 일어날때 합선 비스므레하게 일어난 것 같다고 했지만, 내 생각엔 그냥 처음부터 불량이었던 것 같다. 카메라가 언제 꺼질까 노심초사하다가 끄기전까지 종료가 안되니 적응이 안되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마이너한 선택지는 인생을 고달프게 한다. 말이 좋아 불매지, 2등 제품만 좋아하는 성향은 사서 고생하게 만드는 일이 많다. 안가도 될 서비스 센터를 세번이나 갔는데 이젠 문제가 없으려나. 제발 없었으면…

오늘 일정이 많아 아주 분주했는데 서비스센터까지 다녀오느라 피곤… 카카오톡도 아직 설치를 못했다. 그래도 드라마는 한 편 보고 자야지…

Slowly

영어를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외국인과 편지나 채팅이 가능한 몇몇 앱을 설치해봤다. HiNative, Hello Talk, Hit me up, Hello Pal … 그리고 최종적으로 Slowly를 낙점하였다. 사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이 앱은 느린 편지 형식이라 채팅에 비해서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고 너저분(?)한 변태들이 없어서 쾌적하다.

Slowly는 아날로그를 흉내낸 점이 재밌는데, 상대가 편지를 발송하면 거리를 따져서 도착시간이 소요된다. 뭐 그만큼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더디고, 대화 소재가 제한적이다보니 영어가 크게 느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옛날의 해외펜팔 느낌도 나고.. ㅎㅎㅎ

내일은 미국 Dallas에 사는 새로운 친구에게서 편지가 도착할 예정이다. 우표 많이 모아야지. 히히..

연말. 또 한해를 살았네

어제는 이상한 날이었다. 거의 2년, 3년간 연락이 없던 이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4명이 같은 날에 안부를 물으니 무슨 큰일이 났나하는 의심부터 들었는데 그냥 생각이 났다고 했다. 대단한 우연이네. 같은 날에 내 생각이 나다니. 이 모든게 연말이 다가온 탓이겠지.

12월이 다가오면 한 살을 더 먹는구나에서 시작한 의식의 흐름이 연로해가는 부모님과 늙어가는 나로 옮아간다. 늘 그렇듯 해내지 못한 한 해의 목표들을 다음해로 미루고, 매해 어영부영 살다가 관짝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올해 해내지 못한 것을 다시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올해도 역시 글은 쓰지 못하였다. 심지어 기억력은 점점 나빠져간다. 그제는 핸드폰 전원을 껐다가 켰는데 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서 21회만에 풀었다. 30회까지 시도할 수 있었는데 꼼짝없이 서비스센터에 가야하나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는데… 아무 의미없는 숫자를 조합하면 이런 곤란함이 생긴다.

음…. 내년에는 메모를 좀 더 착실히 하자.. 라는 것을 추가해본다. 일기장엔 쓸 말이 많지 않아졌으니 글도 좀 쓰기 시작해야겠지… 연말이 되었으니 다음달엔 오랜 지인들도 좀 만나야겠다…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눈물이여 안녕.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이라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두고 4년반만에 주소록 백업본을 복원하였다. 스쳐간 인연들이 주소록으로 스며든다. 그들중에는 이미 전화번호를 바꾼 이들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잊히기에도 잊기에도 충분했던 시간이 흘렀을테고. 그렇게 서로를 신경쓰지 않는 관계가 되었으니 나는 괜찮아졌다.

일기는 일기장에

블로그에 무언가를 쓰는게 이제는 좀 무의미 한 짓인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도 사라졌고, 뭐 그렇게 의욕없이 뭉개뭉개 시간이 흩어진다. 옛날 같았으면 수십번도 더 갈아엎었을 블로그지만, 이것을 없애는 일에도 에너지가 드는 것이라 차일피일 미룬다. 올해 안에는 꼭 정리해야지.

– 지나왔던 날들에 건낸 따뜻한 댓글은 백업하여 추억할게요 @A-RA.COM –

R.I.P. Tommy Page

몇 년전 인터뷰에선 친구들에게 왕년에 아시아에서 잘 나갔던 스타였다고 자랑도 하는데 아무도 안 믿는다고 했잖아요. 십수년만에 찾아온 기자에게 피아노도 연주해주던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을 주면 어떡해요.. 아직 차 안에는 당신 노래 Mp3가 가득해요. 비오는 날은 당신 노래를 듣기가 좋거든요.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당신의 목소리는 내 열일곱의 우울하고 닿아 있죠..

고등학교때 입시의 긴 새벽을 함께 해준 나의 팝스타.
편히 쉬세요..

– 어린 날의 우울을 위로해줘서 고마웠어요 @A-RA.COM –

잠의 주말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조지훈. 사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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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의 새 짝꿍

블루투스 마우스에 대해서 선입견이 생긴건 블랙키를 쓸 때부터였다. 배터리가 광탈하고 종종 인식이 안되는 현상. 그 뒤로 아이락스 무선 마우스를 샀고, 마우스 수명까지 잘 사용하였다. 그래서인지 흰둥이를 사고나서 고민없이 무선 마우스를 샀다. 심지어 블루투스 모델과는 가격차이도 거의 없었지만 안 좋은 추억을 극복하긴 무리였다.

이번에 다시 블루투스로 돌아가는 계기도 특별한 게 없다. 잦은 먹통… 아니, 노트북을 다른 곳으로 가져가서 마우스를 켜면 반드시 먹통이었다. 나름대로 드라이버도 업데이트 해보고, 배터리도 새로 바꿔보고, 포맷도 해보고, 채널 간섭 탓인가해서 집 인터넷 단말기 채널도 바꿔보았지만 허사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추정 원인은 마우스가 구형모델이라 USB2인데, 노트북의 USB3와 충돌이 일어나는 모양.. 사용할 때마다 리시버를 수십번 꽂았다 뺐다 반복하는 노동이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구입제품은 MS 디자이너 블투 마우스.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제일 싼거 28,000원. 납작해서 휴대성이 좋은 것은 나에겐 가산점인데, 오래 사용하면 손목이 아프다는 후기가 많다. 클릭소음도 상당히 큰 편. 어쨌든 오늘 도착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이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씬나

– 애증의 무선 아크는 편히 쉬기를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