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독후감이 잘못 된 건가요?”

아까부터 망부석처럼 내 일과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아이가 다가와서 물었다.

“잘못 썼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제 독후감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 없어요… 더 잘 생각해봐라 라고 쓰신 것만 있어요.”
“도장이 없다고 잘못 했다는 뜻은 아니야.”
“그럼 왜 저만 안 찍어주신 거예요?”

그 애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글썽이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아이의 물음에 내 안의 악마가 꿈틀거리며 중얼거린다. 솔직하게 말해버려!

“너는 그 동화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니?”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요. 형들은 나쁜 사람이지만, 한스는 착한 사람이라서…  공주님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 것 아니예요? “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좋은 것이긴 하지. 꼬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간절함이 보이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늘 좋은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
” 착하게 살면 하늘이 착한 이를 도우니까요…. 공주님도 한스의 착한 마음을 알아준 것 아니예요? “

너는 그렇게 순진하게 자라나서, 승냥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거야. 이야기 속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지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려는 너를 바로잡아주어야겠다.

” 한스는 왜 왕이 되었을까? “
” 한스는 공주님의 세 가지 문제를 다 맞추었고… 공주님 마음에 들게 되어서… 공주님과.. 결혼을 하게 되어서.. “
” 사실은 간단한 이유란다. 한스가 왕이 된건 공주가 사리분별력이 없어서다. 퀴즈 두세 개를 맞추었다고 나라를 책임지는 왕이 되는 것이 올바르겠니? “

아이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얼굴이 굳었다가, 곧바로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 초딩에게도 주관이라는게 있는거지만…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