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memory…

1999년 11월 17일   |   by 아라

소포를 부칠일이 있어서 학교 우체국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옛기억을 더듬으며 걷고 있는데
게시판에 낯설고 커다란 포스터 한장이 붙어 있었다.

‘2000-1=1999 산업디자인과 과제전’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들.
그 때도 오늘처럼 추웠었다.
전라도사투리와 부산사투리를 섞어 말하던.
인물소묘 가르쳐 준다고 할때마다 내가 도망을 다녔던.
나와 동갑인데도 학교를 일찍들어가서 내가 오빠라고 불렀던.
185가 넘는 키때문인지 말을 걸 수 없는 위압감을 주었던.

함께 과제전을 준비하던 추운 아침에
갤러리 앞에서 있는 나에게 운동화 예쁘다고 말했던 그는
운동화 정말 예쁘다. 어디서 샀니? 프로스펙스?
나도 사야지. 뭐? 남자껀 빨간색이 없어?
그 대화를 끝으로 만난 적이 없다.

그의 입대 전 날에 과애들은 송별회를 준비했고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었다.
학교생활. 새로운 사람들. 복학생과 바쁜생활에 점점 그를 잊어가고 있을무렵에
그가 의가제대를 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렸다.
송별회를 해주었던 아이들은 그 새끼 나쁜놈이네
돈 들여서 송별회 해주니까 금새 나오고.. 하면서 웃었고
나는 그때도 무표정하고 무감각했다.

바쁜 일주일.
두 번째 과제전은 정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일주일 사이에 아무 말도 없이 우리를 떠났고
그 소식이 전해졌던 날에 나는 결석을 했다.

그도 없고 나도 없는 학교에서
우리과 과제전을 한다.
날씨가 너무 춥다.

성필이오빠..
그때 오빠한테 아프다고 맨날 거짓말하고 소묘 안배운거 미안해.
오빠가 너무 무섭게 말하고 못하니까 때리고 그래서
나 진짜 너무너무 하기 싫었거든.
그리고 송별회때 안가서 못 본 것도 너무 후회되고
좀 일찍 친해져서 한 학기만 늦게 입대하라고 말하지 못 한 것도 후회 돼.
오빠하고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너무 춥고 과제전도 하고
나는 새로 빨간 운동화를 사 신고 왔기때문에
자꾸 오빠생각이 나는 것 같아.
오빠가 그 말한 이후로 난 빨간 운동화만 세 켤레 샀어.
잘 지내지? 잊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잘 지내. 알았지?

– bombi76@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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