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필요없어요?”

토끼는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왔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줄줄이 읊으며 따라온게 100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다. 그녀의 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그녀는 손사레를치며 토끼에게서 멀어지려했다. 토끼는 지구끝이라도 쫓아갈 기세로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누나, 호루라기 진짜 필요없어요?”
“…….”
“있으면 엄청 좋은데. 호신용으로 최곤데.”
“…….”
“후회없음이야. 진짜루.”
“……”
“누나처럼 예쁜사람에겐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라니까.”

토끼에게 대꾸 하지 않고 계속 걷는다. 도대체가 말도 안되는 물건을 영업하는 토끼와 대화를 나눌 이유가 전혀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왜인지 그는 지치지 않고 끝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빠른 걸음을 따라잡으며 말을하려니 약간 숨이차는 모양이었다.

“그럼 우산은? 전에 써본거랑은 다를걸!?”
“……”

그녀는 토끼를 곁눈질로 흘끔 바라보았다. 호루라기?우산? 그 어떤것도 갖고 있지 않다. 손목에 바구니 하나가 들려있긴한데, 그마저도 초코파이만 가득이고 그냥 맨몸이잖아.

“이거 한 번 써본 사람은 다들 이 우산만 찾음! 절대 후회 안함! 이래도?”
“……”
“우산정도는 있어줘야 나쁜놈들 못보게 누나의 예쁜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 있을거 아냐?”
“……”
“아니면 진짜 호신용으로 때릴수도 있고. 어때, 완전 괜찮겠죠?”

그녀는 걷다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토끼를 노려보며.

“아이씨. 뭐래는거야. 사람이 한 번 싫댔으면 싫은줄 알아야지.”
“……”

토끼와 그녀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토끼의 앞가슴에 붙어있는 코팅된 안내문이 펄럭인다. A형, O형 혈액형 급구. 왠지 등판에는 B형, AB형 급구 같은게 붙어 있을 것 같은 성의없는 안내문. 털이 복슬한 토끼 인형의 머리통안에서 더운 숨을 몰아쉬는 청년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런 날씨에 엄청 더워 죽겠지? 그러게 왜 따라오고 난리야.

“…..누나. 헌혈 하고 갈래요?”
“안 꺼지냐. 망할놈이.”

그녀는 토끼에게 욕을 갈기고는 뒤돌아서서 가버린다. 찜통처럼 더운 한낮의 보도블럭위에 분홍색 토끼 한마리가 눅진해진 초코파이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토끼는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나를 못 알아봐도 좋아보여서 다행이네.라고 중얼거린다. 그때는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도망쳐서 미안해. 토끼는 그렇게 한참을 보도블럭위에 서 있었다.

– 페북에 올려보니, 내용을 영 이해를 못하는 분도 있군요. orz…..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