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택배

현관벨 소리에 잠이 깼다. 동이 틀 무렵에야 연습을 끝내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택배예요.”

짜증이 오백퍼센트 차서, 욕이 육성으로 터져나올 것 같다. 지금 나가요. 악을 쓰듯 소리치고 주섬주섬 겨우 일어났다. 최근에 뭘 주문한게 있던가? 잠이 덜깨어 정신이 몽롱하다. 상자를 열어보면 내가 뭘 주문했는지 기억나겠지. 문앞에는 30대가량의 젊은 택배 직원이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배수지씨, 본인이세요?”

대답도 귀찮았던 나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건네받은 상자는 작고 가벼웠다.

“서명해주세요.”

택배배달 바빠서 먹고 살기 힘들다더니 요즘에도 일일이 서명날인을 받는건가? 택배기사가 떠나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곧이어 상자를 뜯었다. 사슴무늬가 새겨진 갈색 스웨터가 들어있다. 주문한 기억이 전혀 없는 옷이었다. 상자뚜껑에 붙은 운송장을 확인해본다. 보낸 사람 김익명. 상품명 의류. 뭐야 이거…. 잘못 온건가 싶은데 받는 사람 배수지는 내 이름이 맞다. 혹시 연락처라도 있을까해서 상자안을 더 살펴볼 요량으로 스웨터를 꺼낸다. 역시나 종이 한 장이 깔려 있었다.

“…. 이 택배는 서울 신림동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한국을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 당신 손에 들어간 이 택배는 4일안에  당신이 사용해야합니다. 또, 행운이 필요한 7명의 사람에게도 당신의 물건을 택배로 보내셔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택배도 상관없습니다. 혹시 미신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뭐야. 행운의 편지인가. 나는 인상이 구겨졌다.

” …. 상도동의 박준영이라는 사람은 2010년에 이 택배를 받았습니다. 병특이 끝났던 그는 여친에게 7개의 택배를 부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얼마뒤에 그는 코코소프트에 취직이 되어 개발이사로 역임하게 됩니다. 봉천동의 어떤이는 이 택배를 받았으나, 96시간 이내에 다른 이들에게 택배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그는 곧 실직되었습니다….”

종이를 구겼다. 일단 이 사슴 스웨터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입고 싶지 않고, 상도동의 박준영보다는 미스에이가 더 잘나가는 것 같으니 무시하기로 했다. 전화를 건다.

“아 거기, 우체국 택배인가요? 물건이 잘못와서요. 반송하려는데요….”

– 안 써질때 억지로 쓰면 늘 이래요. @A-R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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