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시간

현관을 나설 때 코끝으로 훅 끼쳐오는 친숙한 공기 냄새. 일을 그만두고서는 느껴본 적이 없는 겨울의 공기였다. 구디역에 도착하자마자 찬 공기가 특유의 분주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옛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향수 같은 아련함으로 내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4년전 구로에서의 아픈 기억들이 필름처럼 빠르게 스쳐갔다. 밤샘 근무후에 오후 출근을 했던 날의 햇볕을 생각하며, 그 날 외투를 잠그고 갔던가 걸치고 갔던가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하였다.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뜻밖에 볼 일도 빨리 끝났다. 향수 탓인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간 김에 옛 동료였던 M에게 연락을 했다. 비록 지금은 돈 한 푼 못버는 알거지 백수이지만, 나이 많은 업계 선배였던 알량한 자존심으로 점심을 사주겠노라고 연락을 한 것이다.  이제 구디역에는 IT회사들이 거의 판교로 이전해서 예전보다 느낌이 덜함에도 불구하고, 사무지구의 식당가는 아직도 분주했다. 그녀와 나는 복잡한 식당의 미로를 뚫고 이리저리 휩쓸려 밥을 먹었다. 커피까지 챙겨 마시고 나오는 길에는 눈발이 날렸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다. 저 바쁜 일상을 벗어나려고 그렇게 바둥거렸는데, 멀찍이서 그들을 바라보면서 이제 그 생활을 동경하고 있다니… 코끝에 다시 구내식당의 밥냄새가 스친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2012년이다. 안녕…. 하지만, 나쁘지 않았어. 나는 열심히 살았었다. 기억의 미화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도 그렇게 나쁜건 아니야.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다.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흔드는 바쁜 풍경이지만… 오늘을 열심히 살자. 내일은 또 오늘을 추억할지 모르니까.

–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래야 하는데 집구석 폐인이 되어서 우울증 도지겠어.@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