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름망

며칠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 속을 열어보고 싶은지…. 상대가 나를 좋아 한다면 기쁘겠지만, 싫어하는 마음을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기에 별로 궁금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사람의 마음을 묻지 않고 안다는 것은 역시 좋은 일들이 더 많을까?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하였다.

어제 저녁에 W님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었기에 점심때즈음 길을 나섰다. 장례식장은 고작 경기도 언저리인데, 버스 한 대가 겨우 운행되는 외진 곳이었다. 차가 없는 뚜벅이인 탓에 몇 번을 갈아타야 했다. 그렇게해서 갈아탄 분당선에서는 걸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신체 장애가 있는 그는 구걸용 종이를 열심히 나누어 주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얼마쯤 지났는지 쿵하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그 걸인이 넘어져 있다. 시민 두 사람의 부축을 받은 그는 온 이마가 땀범벅이 되도록 힘들게 일어나 병원을 가자는 손길을 뿌리치고 절뚝거리며 종이를 걷는다.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천원짜리를 내민다. 아마 그 칸에서 그가 받은 돈은 족히 만원이 넘을 것이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거의 2시간이 소요되었다. 오후 2시반이 넘은 시각이었는데, 나를 맞아준 W님은 내가 자신의 첫 조문객이라고 하였다. 얼굴을 보니 생각보다 밝은 모습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복도에 서서 2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왕복 4시간여를 길에서 보냈고.. 돌아올때는 버스 두 대가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탓에 찬 바람을 맞고 40여분을 서 있었다. 정말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귀가 길에 B님에게 톡이 도착했다. 어제 내가 알려준 부고에 대해서 ‘별로 친하지 않아서요’ 라고 잘라 거절했던 그가 나에게 ‘잘 다녀왔냐’고 보내온 것이다. 부고를 알려온 너는 갔냐는 확인인지, 내가 못가서 안타까운데 다녀왔냐는 질문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두서없이 나의 안부를 섞어서 묻고는 전직장의 모이사님께서 그렇게 아끼던 부하직원의 부친상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친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라는 말을 하였다. 몹시 지친 상태였고, 감기가 올 것 같은 상황이었기에 나의 날카로운 감성은 그에게 ‘원래 경조사란게 인생의 거름망이죠.’라고 답하게 만든다.

절뚝거리며 구걸하는 걸인이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가족보다 더 오래 얼굴을 맞대고 일했던 동료가 나에게 동지애를 갖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넘어져서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불행에 빠진 그를 부축해 일으켜줄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진심을 아무도 꺼내어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몸살이 들려는지 춥다. 오늘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긴 하루였다.

– 내일 깨어나면 감기가 아니길!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