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두고 제일 자주 만난 지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쩜백일 것이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티타임을 거절하는 법이 없고, 하소연을 해도 싫은 내색이 없어서 우울을 떨치기 위해 자주 찾아갔다. 다행히 쩜의 그녀도 나를 낯설어하지 않아서 맛집 탐방 겸 식사도 여러 번 같이 했다. 이젠 그녀와 단 둘이 차를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11월말 쯤엔가는 졸업예정인 학원생들에게 섭스턴스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툴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할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D 자동 생성(?)툴인데 와이어만 잘 짜면, 텍스쳐는 손쉽게 입히게 될거라고 하길래, 나도 들을 수 있냐고 농담을 했더니, 같이 들으래(…)… 농담이었는데! 서론이 길었지만, 이런 이유로 3D의 기초도 없는 내가 수강생들 사이에 끼게 됐다.

섭스턴스 디자이너 온라인 수업은 2016년 12월 31일 오후 11시를 전후하여 진행됐는데, 실시간 방송중에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니 16년과 17년 사이 2년동안 공부만 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을 주었다. 하지만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수업이다. 말 그대로 듣기만 했다. (….) 유튜브에 남을 녹화된 영상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어서 나중에 봐야지 하는 게으른 마음으로…

토요일마다 강의를 이어갈거라고 했는데, 1월 3일이 되어서야 미뤘던 강의를 틀었다. 상상만큼의 자동 생성은 아니었고, 2009년쯤에 만져본 랙돌 애니메이션 엔진 같은 느낌이 자꾸 오버랩됐다. 나 그거 중간에 관뒀었지.. 그런데 수업의 진입 장벽은 의외로 좁은 모니터 화면과 단일 모니터였다. 강의 파일을 13인치 화면안에 띄워두고, 프로그램까지 띄워 조작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뭐 여튼 느리게 이틀에 걸쳐서 수업을 다 들었다. 설명대로 따라하기는 했으나, 이해의 수준은 아니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 강의자 본인은 녹화본을 다시 듣더니 오글거린다고 했지만, 나같은 초보에게는 친절해서 따라하기 좋았다. 이번 주 토요일엔 색을 좀 더 자연스럽게 넣는 방법을 수업하겠다고 했으니 여기에 이어지는 내용이 되겠지. 실시간으로 진행되면, 이 좁은 화면에서 강의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걱정이다.

첨부 이미지는 쩜이 3시간 넘게 신경써서 수업하고, 나는 이틀에 걸쳐  좁은 모니터와 싸우며 고생했던  문제의 그것. 학생들이 얼마나 따라와줄까를 걱정하는 쩜이지만, 나는 내 끈기가 더 걱정이다.

– 이렇게 적어놓으면 하루라도 더 붙잡을까 싶어 카테고리 추가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