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2017년 1월 14일   |   by 아라

어제 아침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렇게 48초간의 통화가 끝나자, 작년 11월부터 진행되던 헤어짐이 비로소 종결되었다.

룩서를 알게된 것은 2009년 봄이었는데, 그 때는 지금까지 지나온 나의 시간중 가장 힘든 시기의 시작이었다. 나는 거창하게나마 인생의 쓸모를 찾고 싶었다. 전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나에게… 변변치 않은 노동력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쓸모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가치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이기심 탓이었다.

내가 후원하던 단체는 모든게 까다로웠다. 결연아동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후원금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낙후된 지역의 아동과 결연을 해주고, 후원금으로 지역에 투자하여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결연 아동과의 결연은 아동이 18세가 될때까지 유지된다고 했다. 변명이지만 그 후는 사느라 바빴고, 아이가 크는 속도도 알지 못했다. 막연히 아직 꼬마 아가씨이겠거니.. 후원아동을 보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직 18세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버렸다.

그렇게 작년 11월중순. 한국사무소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하였다. 지역이 자립하게되어 결연이 종료된다는 청천벽력. 나는 그 긴 시간동안 아이에게 십여통에도 못 미치는 서신을 보냈다. 한국사무소에서 메일이 도착한 날, 아이에게서 편지도 도착하였다. 계절에 대한 이야기. 다음번 편지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주겠노라고.

다급해졌다. 한국사무소에 메일을 띄워 작별 인사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지, 가능하면 마지막 선물을 보낼 수 있는지도 문의하였다. 담당자는 처음에는 귀찮았는지 자사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후원 선물을 보내라는 답을 하였다. 룩서는 2017년에는 한국 나이로 중학교 2학년이다. 쇼핑몰에 파는건 엽서나 동화책, 색칠공부 나부랭이라고…

그렇게 담당자와 몇 번의 메일을 주고 받았다. 화물운송요금을 지불하면 보내줄 수는 있다는 답을 듣고 급하게 준비해서 선물을 보냈다. 한국사무소는 생각만큼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다정하지도 않았다. 업무의 과중함 탓인지 담당자의 무성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고, 조르고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방글라데시 사무소의 사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니 선물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꼬박 두 달여가 소요됐겠지…

이제는 룩서가 좋아하는 것을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연이 종료되는 것보다는, 살고 있는 곳이 좋아져서 결연이 종료되는 것은 참 좋은 결말이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었으나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며칠간 보류하였던 재결연을 결정하였다. 아시아권 여자 아동으로 부탁드린다고. 8년전과 똑같이…

– 룩서가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꼭 이루길 바라며. @A-RA.COM –

Leave Your Comment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