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도 재능

2019년 1월 20일   |   by 아라

대개는 경력이 오랠수록 노동강도가 줄어들던데, 내 경우는 어째서인지 쌓여간 경력만큼 노동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나는 PC 게임을 개발하다가 2012년 1월에 모바일로 이적을 했다. 그때는 블루오션이었고, 카카오 게임센터가 오픈되기 전이었다. 내가 속해 있던 프로젝트는 카카오 게임센터 런칭작중 하나였다. 모바일 개발은 호흡이 아주 빨랐고, 런칭후의 판가름은 더 빨랐다. 모바일로 옮겨온 후엔 평균 3시간씩 자면서 일을 다녔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랬고, 그 이후에도 개발자들은 마구 갈려나갔다.

일을 그만두기 직전의 어느 때였는데, 빌드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할 것이 없어서 회사앞 알파문구에서 사온게 루빅스 큐브였다. 그걸 맞추는 일은 평생동안 절대로 해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방법을 익힌후에는 금새 한쪽 면을 맞출 수 있게 됐다. 그 뒤는 공식이어서 외우기가 힘들었다. 잊고 외우고를 반복하다가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큐브는 한쪽 면이나마 맞추는 것을 신기해하던 조카 2호가 가져갔다.

어제 오빠네 집에 갔더니 새로운 큐브들이 잔뜩 있길래 다 맞출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맞출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조카 2호는 5분안에 다 맞출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한쪽 면 밖에는 맞출 수가 없는데 말이다.

조카 2호가 말하기를 ‘그때 엄청나게 노력했죠. 유튜브를 15번이나 봤다고요.’ 이제는 뭔가 습득하는게 힘들어진 나이가 되어, 대체 유튜브 15번이 뭐 그리 많은 시청인지 알 수가 없지만 어찌됐든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2호의 말이 쿵…하고 마음을 울렸다.

사람들의 상당수는 뭔가를 하거나 익히는 도중에 그만두기 일쑤이고, 쉽게 게을러져서 나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믿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고, 임계점이 나이가 어릴때보다 훨씬 멀기때문에 노력은 배로 든다. 결국 나이가 든 후에 뭔가 익히는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몇 년간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큐브 한 면만 맞출 수 있는채로 4년이 흘렀다. 세상에. 초딩에게 감화를 받고 생각이 깊어지는 새벽이다.

Recent Comments

  1. p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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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 31일 @ 10:48 오전

    저도 노력을 산발적으로 하는 타입이라.. 꾸준하게 로지컬하게 뭘 절차에 맞춰서 진행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같습니다. ㅎㅎㅎㅎ
    그 동생의 노력을 보면서 또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네요.

    • 아라

      응답
      2019년 2월 2일 @ 2:21 오전

      산발적이나마 노력을 하는 것도 좋지요. ㅎㅎ 저는 마무리가 안되는 타입이라, 노력이란게 없다고 봐야…. 쩝…. 조카 2호는 올해 초5가 됩니다. (아마도?) 제가 그 나이에 뭘 해냈나 생각하면 저는 암것도 안 떠오르네요;; ㅎㅎ 저도 반성을 하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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