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았을 뿐인데, 어느덧 손톱을 깎을 때가 되었다. 세월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이 흘렀을 뿐인데 아이는 노인이 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역시도 설레고 뜨거웠던 때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그 온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상만 남는다.

그녀가 말한다. 다른 사람이 생겼어. 그는 그녀를 붙잡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그의 사랑이다. 집을 떠나려 짐을 싸는 그녀와 보내주는 그는 함께 보냈던 5년을 곱씹는다. 지루한 비와 길 잃은 고양이.. 여러 사건들이 떠나려는 그녀를 자꾸 머물게 한다. 영화는 그녀가 머무는 동안 함께 추억을 곱씹으며 떠나려는 이와 보내주는 이의 먹먹한 마음을 따분할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미안해.’라고 말하는 그녀. ‘아냐, 괜찮아’ 라고 말하는 그.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말하는 그녀. 그도 그녀도 괜찮지도, 괜찮아질 것 같지도 않다.

처음의 그 온기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식은 커피 같은 사랑을 개수대에 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까? 버리기로 했으나, 커피잔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