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산울림. 안녕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가끔 민초희가 생각난다. 김창완의 ‘꿈과 음악 사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꾸준히 사연을 보내던 소녀다. 그녀의 이야기속에는 사탕이나 초콜렛보다 당근을 좋아했던 조카 식이에 대한 사랑, 식이가 아삭 아삭하고 당근을 먹던 모습을 묘사하던 것, ‘소금’이라는 낱말의 발음이 예쁘다고 했던 일, 항암으로 빠지는 머리카락에 거울을 깨버리고 싶었던 우울한 이야기들까지 머릿 속에 그려지듯 새겨져있다.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나도 그녀가 그리운데,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얼마나 그리울까…?

그녀는 아마도 스무살이 되면 짠하고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초희가 생각한 어른의 시작점인 스무살. 그 스무살을 두 번 넘게 살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른스럽지 않다. 도대체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어린날의 내가 몰랐듯 그녀도 이 사실을 몰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