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업적과 전문적 지식없이 저무는 나이가 되고보니, 예전의 늙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옛날이 그립곤 한다. 예전에는 책을 읽어야만 온라인에서도 똑똑한 체를 할 수 있었는데, 어느덧 고급 지식조차도 얻는 일이 쉬워지며 모두가 똑똑한 신인류가 되었다. 그런 잘난 이들 사이에서 댓글 한 마디를 남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토론하고 논쟁하던 열정도 이젠 없어졌다. 이런 한심한 푸념조차 남길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썼던 글들도 모두 플랫폼의 흥망에 기대고 있는 데이터일 뿐, 그것이 내 서랍속의 일기가 되진 않는다. 지구별을 떠난 이들의 흔적은 처음부터 거기 없던 것처럼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이 글은 내 호스팅 기간과.. 도메인 만료기간이 끝나면 소용을 다할 것이다.

문득 일기다운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다시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일기를 종이에 적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글씨를 쓰는 법을 잊어버린 것도 같다. 어쩌면 오늘 하루도 수없이 생겨났다가 지워지는 인터넷 유머속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그 사이에서 사그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갈 것이지만, 그것으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