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림자

우주 어딘가에서의 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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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만월 (Full Moon)

무심한 바람결에 잠이 깬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펄럭거리는 얇은 쉬폰 커튼 사이로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언제나처럼 그녀가 잠들어 있다. 신경이 예민한 그녀는 내가 일어나는 반동에 얕게 잠이 깬듯 몸을 조금 꿈틀거리다가 다시 잠들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Continue Reading →

도시 동화

공원에 보이는 사람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 엄마 몇몇, 햇볕을 쪼이는 노인들. 학교를 땡땡이 친듯한 젊은 커플. 그리고, 이 풍경에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소녀 한 명. 아기 엄마들과 노인들은 무엇인지 끝없이 수다를 떨고 있고, 저쪽 벤치에 앉아 있던 젊은 커플은… Continue Reading →

셋업 맨 (Setup Man)

홈팀 선발투수인 김불운 선수는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8회 1실점으로 3:3 동점을 허용한 후 얼마간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더구나 사인이 맞지 않아 수비 실책으로 추가 1실점을 하고 만다.위험하게 만루 상황까지 갔다가 8회를 힘겹게 정리했다. 오늘은 그만 던지자는 감독님의 만류에 자존심이 상해조금 더… Continue Reading →

Twenty-two

그녀는 아직도 탁자에 엎드린채 울고있다.울음때문에 들썩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일부러 발을 까딱거려 바닥의 자갈 소리를 내보았다. 그녀와 내가 앉아 있는 탁자옆으로 기차 선로가 지나고 있다.찻집을 기차역처럼 꾸밀 생각을 하다니, 가게 주인의 안목이 새삼 훌륭하게 느껴진다.여기 놓여있는 테이블과 찻잔들과 주변… Continue Reading →

6월 13일

친구에게.갑작스런 메일에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군요.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서 이 메일이 몹시 어색하다는 것을 알지만,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니 당신이 생각났어요.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도좋은 기억 한두 개쯤 더 만들 시간은 허락되겠지요.좀 우울한 이야기죠? 그래도 이건 기억해주었으면… Continue Reading →

당연한 일

반장이 특별활동부 이름을 호명하자,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손을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특별활동으로 가입하고 싶었던 시사연구부는 가입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각 반마다 2인이기때문에 누군가 한 사람은 다른 특별활동부에 가입을 해야했다. 단짝이던 두 사람은 내가 빠져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에… Continue Reading →

나쁜 어른

” 있잖아요. 선생님. 제 독후감이 잘못 된건가요?  형들은 나쁜 사람이지만, 한스는 착한 사람이라서…  공주님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 것 아니예요? “그 애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글썽이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간절함이 보이지만,이제 나는… Continue Reading →

선물

오랜만에 맞이하는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내일이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는 것에 모두들 들떠 있었기때문에향이와 나는 그런 분위기를 피해 수돗가 옆의 한적한 계단에 앉아 있었다.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향이와 나 사이에 아침 햇볕이 내리쬔다.” 한여름의 부산이라니 바다도 있고, 좋겠다. “” 별로 그렇지도 않아. “향이가 애써… Continue Reading →

17.2GB

다운받아놓고 습득하지 못한 87GB의 강좌 동영상은 내 것이 아니니 접어두자.이력서.doc, 사본_이력서.doc와 사본_사본_이력서.doc, 입사_지원서.xls, 2009년_포트폴리오.zip들로 가득한 23.5GB의 구직 폴더와틈틈히_썼던_일기들.txt, 가끔_그리던_그림들.psd의 11.7GB백업해둔_7년여간의_개인메일.eml 2.3GB그리고, 인생의_즐거웠던_날.jpg들이 들어있는 그녀와의 기억이 17.2GB잠깐동안 머릿속의 회로는 17.2GB와 37.5GB의 크기를 계산해본다.물리적으로는 서른해 동안의 37.5GB이 인생의 즐거웠던 날의 17.2GB보다 크지만인생의… Continue Reading →

아르고스 (Argos)

퇴근시간 전에 아슬아슬하게 회의가 끝났다.자리로 돌아와 퇴근 준비를 하려고 보니, 책상 위에 낯익은 쿠키 봉지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주변 동료들의 책상위에도 똑같은 과자가 놓여있는 걸 보니, 그녀가 다녀간 게 틀림없었다.모두들 그들이 헤어진 것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되는 그녀의 호의와주변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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