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것

2013년부터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이사를 하게되면 그 카페를 못가게 될 걱정이 들고, 명절 연휴에 꼭 한 잔을 마시고 고향을 가야 마음이 놓이는 그런 곳이랄까… 커피를 주문할 때 4가지 가량의 블랜딩 원두중 하나를 고를 수가 있는데, 그냥 그 곳 커피맛에 길들여진 탓일 것이다.

그동안 흡연실을 만들고 베이커리룸을 만들었다 없애더니, 작년 말에는 대대적으로 탁자와 의자, 조명을 바꾸었다. 며칠전엔 앞마당에 소나무를 심고 흡연실을 없애고 베이커리룸을 또다시 만들길래 주인장이 인테리어 변경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적어도 무심코 바라본 건물 2층의 간판이 바뀐 것을 알기 전까지는… 그래서 거의 4년을 봐왔던 바리스타가 그만두었구나… 사실 원두도 그대로이고, 야간 바리스타도 그대로다. 발효빵이 추가된 것 말고는 메뉴도 달라진게 없다. 적립금도 유지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몹시 쓸쓸한 기분이 든다.

뭔가 변해가는게 싫은 기분이 들때마다 나이가 들었나하고 되새기게 된다. 나이 들었어… ㅎㅎㅎ 아.. 붙잡아두고 싶다. 오늘이라는 시간.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잘 붙잡아 두는건데 말이지.

– 습관처럼 저녁을 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 @A-RA.COM –

불편한 경계의 시작점

라비곤님이 피렌체 여행에서 돌아와 예쁜 선물을 주었다. 공책과 책갈피의 마블링은 모두 손으로 직접 뜬 수작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다고. 소소해서 부끄럽다 했지만, 멀리까지 여행을 가서 그래도 챙길 친구라고 생각하여 사온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녀와 장장 다섯 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오늘에야 그간 우리가 힘들어했던 대화의 간격이 벌어지는 지점이 어느 곳인지를 알게된 것 같다. 오랜만의 즐겁고 유쾌한 수다였다.

– 알고 지낸지 십일년째. 하지만 그녀를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A-RA.COM –

시간 죽이기

어린시절에 종종 국어대사전을 아무데나 펴서 낱말을 찾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슷한 말, 반대말을 찾다보면 시간이 절로 흘렀다. 요즘으로 치자면 위키백과를 읽느라 한 세월을 보내는 것과 비슷한 놀이였던 것 같다. 그 오래된 국어대사전을 너무 아껴서 고등학교때는 표지도 입혔었다. 오늘 문득 생각난 ‘몹시’와 ‘매우’의 차이를 찾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 몹시나 매우나…. 넘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뜻이라면, 그냥 생각나는 것을 아무렇게나 썼는데 미묘하게 다른게 신기하다.

몹시 : 더할 수 없이 심하게
무척 : 보통 정도를 넘어서 매우
매우 : 보통을 훨씬 넘는 정도로
상당히 : 어지간히 많이
굉장히 : 보통 이상으로 아주 대단하게
아주 : 어떤 상태나 성질, 느낌 따위가 보통을 훨씬 넘어서는 정도로
대단히 : 보통보다 비길 수 없이 더하거나 심하게
너무 : 정해진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퍽 : 썩 많이

오늘이 2017년의 입춘이다. 비로소 닭의 해가 되었네. 뭐든 새로 시작하기 좋은 때다. 어휘력 공부를 더 해도 좋을 것 같아.

– 해마다 입춘이 있고, 새로 시작하기 좋은 날이 온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A-RA.COM –

겨울과의 사투

별로 유쾌하지 않은 설연휴가 지났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어른들의 잔소리가 있고 명절마다 걱정이 있었듯 올해도 평범한 설이었다. 나는 무슨 배짱으로 연휴 마지막날까지 본가에 있었던걸까. 엄마와 다툼을 하고 돌아오니 마음이 찝찝하기 이를데가 없다. 나라가 엉망이니 가정에도 불필요한 불화가 생긴다.

잠잠했던 위염과 식도염이 도져서 밥을 먹고나면 속이 아프다. 거기에 수족냉증. 겨울철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두드러기가 이번 겨울은 유독 심하고 오래간다. 새벽 2시반쯤 잠들었는데 온몸이 가려워서 긁다가 깨어난게 3시 40분. 잠은 자고 싶은데 가려워서 잘 수가 없고 짜증도 나고 미치겠고. 벤타를 가동시키고 크림을 바르고 누웠노라니 잠이 안온다. 한랭두드러긴가 대체 무엇일까? 정체도 알 수가 없다. 그 상태로 6시반이 되었다. 아- 겨울 싫어.

– 나이탓인가.. 갈 수록 심해지네 ㅠㅠ @A-RA.COM –

1월의 충동구매

작년 4월에 미밴드1S를 샀다. 기록을 보니 4월 24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해서 6월 30일까지 썼으니 달랑 두달하고 6일을 썼네. 쓰면서 불편했던 것은 얼마나 걸었는지 알려면 핸드폰을 열어야 하는 것, 시계와 두 개를 차야하는 것인데 … 두달 쓰고 그대로 서랍에 처박히고 말았다. 7월부턴 거의 누워만 있어야 했기때문에 그랬고, 몸이 좀 회복된 후엔 귀찮아져서. 습관이라는게 그렇지 뭐.

추석때 오빠가 미밴드2를 샀대서 구경을 했는데, 두달 사용한 미밴드때문에 미적미적. 결국 설날을 앞두고 사고 말았다.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해서 2만 6천원. 작년에 샀던 미밴드1S보다 2천원 싸게샀다. 본체가 1S보다 더 두꺼워진 탓에 바짝 잠글 수가 없다. 아무리 조여봐야 2번째 구멍에 넣는게 제일 꽉 죈거… 그러다보니 팔목에 착 감기는 맛이 없다. 헐렁헐렁…. 흠… 일단 사긴 샀는데 이 추위에 얼마나 걸어지려나….

– 집 앞 피트니스클럽에서 연장할거냐고 연락이 온다.. @A-RA.COM –

미니멀 (모닝) 페이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를 처음 소개 받은 것은 2009년이었다. 미로님이 구글버즈에 소개해주었는데, 그때는 신기하다는 생각 뿐 한 번도 시도를 하지 않았다. 2015년에야 열심히 쓰는 콩두님께 감화를 받았는데 실제로 시작하게 된건 2016년 11월말이었다.  하지만 한 달은 고사하고 열흘만에 그만두었다.

변명을 하자면… 손글씨에 익숙하지 않아진 지금에는 모닝페이지가 좀 버거웠다. 아티스트웨이에서 권하는 모닝페이지는 3쪽을 적는 것이었는데, 이 3쪽이라는 건 노트의 크기에 따라 채워야 할 양이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분량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찾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몇자 라고 했으면 좀 명시적이었으련만… 작가의 블로그에 질문을 하면 답을 해줬으려나… 영알못이니 스스로 적당히 타협한 분량은 B5 크기의 노트 한 쪽에 빽빽하게 적는 것이었는데 이것조차 죽을 맛이었다. 대략 B5 한 쪽을 채우는데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나의 아침은 30분간 조용히 글을 쓰고 있을 만큼 고요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다 핑계다. 무언가를 적는다는 건 좋지만 잘안되어서 이런 저런 변명을 길게 쓰는 상황… 모닝페이지에 익숙해지도 싶지만 잘안되는게 어쩐지 짜증이 난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포스트잇 뭉치와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 왔다. 정말 그야말로 생각나는 아무것이나 포스트잇에 하나 하나 적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 살 것, 해야할 것, 그냥 생각난 것, 좋아하는 것, 기분 .. 온갖 것을 낱말과 문장으로 적었다. 노트 세 쪽에 걸쳐 붙였다. 기분탓이지만, 왠지 뇌가 깨끗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왠지 뿌듯하네… 이걸 떼어다가 분류하면 뭔가 좀 정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닝페이지는 아니지만, 아무때나 할 수 있고 기분 전환에 좋은 것 같다. 미니멀 페이지라고 일단 이름 붙여놓고 종종 해봐야지.

– 5년전에 생각하던 것들이 그냥 그대로 다 있다. 성취란게 없는건지.. 사람은 안 변하는건지.. @A-RA.COM –

좋은 이별

어제 아침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렇게 48초간의 통화가 끝나자, 작년 11월부터 진행되던 헤어짐이 비로소 종결되었다.

룩서를 알게된 것은 2009년 봄이었는데, 그 때는 지금까지 지나온 나의 시간중 가장 힘든 시기의 시작이었다. 나는 거창하게나마 인생의 쓸모를 찾고 싶었다. 전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나에게… 변변치 않은 노동력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쓸모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가치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이기심 탓이었다.

내가 후원하던 단체는 모든게 까다로웠다. 결연아동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후원금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낙후된 지역의 아동과 결연을 해주고, 후원금으로 지역에 투자하여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결연 아동과의 결연은 아동이 18세가 될때까지 유지된다고 했다. 변명이지만 그 후는 사느라 바빴고, 아이가 크는 속도도 알지 못했다. 막연히 아직 꼬마 아가씨이겠거니.. 후원아동을 보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직 18세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버렸다.

그렇게 작년 11월중순. 한국사무소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하였다. 지역이 자립하게되어 결연이 종료된다는 청천벽력. 나는 그 긴 시간동안 아이에게 십여통에도 못 미치는 서신을 보냈다. 한국사무소에서 메일이 도착한 날, 아이에게서 편지도 도착하였다. 계절에 대한 이야기. 다음번 편지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주겠노라고.

다급해졌다. 한국사무소에 메일을 띄워 작별 인사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지, 가능하면 마지막 선물을 보낼 수 있는지도 문의하였다. 담당자는 처음에는 귀찮았는지 자사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후원 선물을 보내라는 답을 하였다. 룩서는 2017년에는 한국 나이로 중학교 2학년이다. 쇼핑몰에 파는건 엽서나 동화책, 색칠공부 나부랭이라고…

그렇게 담당자와 몇 번의 메일을 주고 받았다. 화물운송요금을 지불하면 보내줄 수는 있다는 답을 듣고 급하게 준비해서 선물을 보냈다. 한국사무소는 생각만큼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다정하지도 않았다. 업무의 과중함 탓인지 담당자의 무성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고, 조르고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방글라데시 사무소의 사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니 선물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꼬박 두 달여가 소요됐겠지…

이제는 룩서가 좋아하는 것을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연이 종료되는 것보다는, 살고 있는 곳이 좋아져서 결연이 종료되는 것은 참 좋은 결말이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었으나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며칠간 보류하였던 재결연을 결정하였다. 아시아권 여자 아동으로 부탁드린다고. 8년전과 똑같이…

– 룩서가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꼭 이루길 바라며. @A-RA.COM –

SRT, 접속장애와의 싸움

이번 설은 유난히 짧기도 하고, 지난 추석보다 표가 빨리 빠지는 바람에 희망하는 시간대의 KTX 표를 못 샀다. 심지어 상행선은 연휴 마지막날 오후 11시 25분 표. 서울역에 도착하면 다음날 새벽 1시다. 추석때에도 자정 넘어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도착했던터라 도저히 그걸 탈 자신이 없어서, 수서고속철을 처음으로 시도해보게 됐다. 5시반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아예 밤을 샜다. 3시까진 서버 점검이어서 3시 이후에 회원가입도 하고 메뉴얼도 읽어보고 모든 준비를 끝냄. 메뉴얼대로라면 로그인때 별도의 예매비밀번호를 빼면 모든 절차가 코레일 명절표 예매와 아주 똑같아서 어려움이 전혀 없음. 그런데….

그런데, 이 페이지를 스무번쯤 봤나?

9천번대의 대기표 끝에 나를 반기는건 이 페이지… 다시 메인페이지로 접속하면 분명 창을 하나 띄웠는데, 자꾸 다른창을 띄웠다는 팝업은 기본인가? 리붓해도 똑같이 나옴

대기표가 끝나고 로그인창으로 연결 오류가 날 때 이런 거라도 보여주는건 상태가 매우 좋을 때다… 테스트도 제대로 안한건가? 이 놈들….

1시간여 시도끝에 딱 한 번 간신히 로그인이 되었다. 그런데 예매 도중에도 오류가 나서 되돌아가기를 서너번 시도하고 결국 3분이 초과되어 간신히 예매하고 로그아웃되었다. 문제는.. 시간을 잘못 선택했어.. 상행선 오후 7시표…. 하…. 다시 들어가려니 엄두가 안난다.

– 집에 가기 힘드네…. @A-RA.COM –

너의 목소리는.

예매율 1위의 애니메이션 ‘너의 목소리는.’ 지난주부터 예매를 기다려 수요일에 표를 샀다. 영화는 오늘 오후 4시 10분. 늦은 점심을 먹고 코엑스로 가는데, 정안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코엑스에서 박사모 집회 있대요.’ 역시나. 개찰구부터 빽빽한 인파에 휩쓸려 걸었는데, 시끌벅적하였다. 박사모 회원들이 점령한 코엑스는 태극기와 소음천국. 흉흉한 시국에 청춘멜로(?) 애니메이션을 보려니 왠지 죄의식이 들었다.

아무튼… 그것과 상관없이 즐겁게 관람했다.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초반은 약간 지루했지만 결국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순수한 날의 연애, 아름다운 풍경들, 타임슬립의 판타지… 다양한 흥행요소들이 있었다. 보고 나오는데도 여운이 남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감독은 관객이 즐겁기를 바라며 제작했다고 한다. 그 분의 유명한 전작들은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어서 주로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의 이 내용은 참 듣기가 좋고… 곱씹어도 좋은 이야기다.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은 모든 연민과 공감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공감하는 법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길러진 공감능력은 현실에서도 자신의 삶을 도와줄 것이다. 나도 내 작품을 통해 세계가 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상상력이 세계를 좀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의사나 경찰처럼은 아니지만, 감독 역시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는 말… 좋은 직업관이다. @A-RA.COM –

첫 달의 첫 주

새해가 됐고, 어영부영 6일이 넘어가고 있다. 나는 어느새 2년을 지나 백수 3년차에 접어들었다. 2014년부턴 심정적으로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블로그엔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늘 핑계가 많았다. 블로그 정리가 안되어서 글을 더 쌓았다간 정리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았고, 준비가 안되어서 글도 미루었다. 몇 년동안 글을 미루는 사이에 엽편소설을 릴레이 연재할 수 있던 사이트인 한단설이 폐쇄됐다. 1년동안 썼던 블로그 일기조차도 고작해야 5개 남짓이다. 차근 차근 나이를 먹는것 외엔 별로 성과없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예전의 나는 구직자앞에서 거드름을 피며, 그의 이력서에 적힌 공백 기간에 대해서 ‘이 기간동안엔 뭘 하셨나요?’하고 묻곤 하였다. 휴식기였다던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 정말 게으른 사람이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보다 못하게 시간을 보내는 주제에. 내 자신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닐거라 생각을 하고 거만하게 굴었었다.

어쨌든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 부지런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예전처럼 일기를 써야겠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백수 3년차의 매일 매일이 아주 변화무쌍하진 않더라도 날씨처럼 달라지기는 하니까.

– 올 해는 작은 목표 몇 가지를 달성해보자. @A-R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