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지겨워

몬스터를 때려잡고, 경험치를 획득하고, 돈과 아이템을 루팅하고, 레벨업하고.
몬스터를 때려잡고, 경험치를 획득하고, 돈과 아이템을 루팅하고, 레벨업하고.

아…. 지루해.

분명히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이겼을 때의 흥분과
좋은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기쁨과 레벨업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이런 생활에 회의가 찾아왔다.
하루에 2시간이상을 게임에 소모하는 폐인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회의다.

어째서 일까? 시간을 괴물처럼 많이 잡아먹는 RPG이기때문에
무수한 시간을 투자한 끝에 남는 것이 아이템과 레벨뿐이라서?

분명, RPG는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사냥하고, 이동하고, 수리하고, 아이템 정리하는 본연의 게임 이외에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하나 더 붙으면 커뮤니티가 발생하고
시간 소비는 빛의 속도로 가속화된다.

하지만 그것 때문일까? 요즘의 패턴을 되새겨보건데
캐주얼게임에 소모되는 시간도 결코 짧지 않다.
채팅을 안해도 몇 시간이고 게임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다.
이런걸 비춰볼 때 단순히 투자한 시간이 남긴 허무함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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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심한 애인의 갑작스런 이별통보처럼 찾아온 이 기분 나쁜 회의가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귀가하는 길에 어째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다가
집 근처에 다다라서야 떠오른 그 것.

“사냥이 이젠 지겨워!! 잠깐은 레벨업 좀 쉬었으면 좋겠어.”

혼자하는 전투는 바닥이 얕은 플레이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수다를 떠는 것도 흥미없을 때가 있다.
오늘 게임에 접속해서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바탕화면에 놓여있는 RPG게임 런처 아이콘 옆의
카드게임이나 고스톱의 바로가기를 클릭하고 싶은 때가 분명히 있다.

생산직에만 몰입하는 것도 무한 노가다의 반복으로 지루하며
전투직에 생산직을 겸직해도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캐릭터의 레벨이나 기술이나 장비를 향상시키는 것이
지겨워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Project A3를 플레이 하던 시절.
몬스터 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때가 생각난다.
접속해서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 간 모아둔 운즈를 찾아서 개경기장으로 간다.
파산만 하지 않으면 참 평화로운 시간들이었다. (….)

RPG안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미니게임.
혹시, 그것이 답은 아닐까?

– 정답이 아닌 답을 도출해나가기. 정답을 누가 알고 있겠냐만 @ARA.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