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제목줄에 깜빡이는 커서를 5분 넘게 바라보았다. 블로그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무수한 낱말 쪼가리들이 임시글로 저장되어 있다. 이제는 글줄을 엮어서 작은 문단 하나를 만드는 일도 버겁다. 마음을 다잡고 써보려하면 주제를 이탈하고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버린다. 이런 내가 무슨 글을 써보겠다고 하는 것인지. 할 일 목록을 정리하는 것도 차일피일인데. 아, 누군가 대신 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AI의 시대를 맞이하여 그림도, 시도, 소설도, 논문도, 사진모델까지 모두들 컴퓨터가 대신 잘 해냈으면 하는 기대로 넘친다. 컴퓨터가 해줬으면, 영화도 드라마도 누군가 요약해줬으면.. 이제 쓰기를, 조리있게 말하기를, 깊이 있게 감상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기술이 흐르는 방향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아쉽다. 나조차도 제대로 생각하기를 관둔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생각이라는 것마저 다른 무언가가 해준다면, 지구별에 나라는 존재가 왜 있어야 하는걸까..? 휩쓸려 사라지지 않으려면 정신줄을 붙잡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