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없는 첫 주말.
점심 메뉴를 생각하는 일도 귀찮아서 대충 컵라면을 먹고 빨래를 돌렸다. 밀린 월화드라마를 멍하니 시청하다가 세탁기 소리에 겨울옷이 없는 것이 생각났다. 이사를 하면서 겨울옷을 다 버린탓이다. 요즘은 이유를 알 수 없을정도로 옛날 옷들이 싫어진다. 기억이 쌓이는 것이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억지 외출을 하고 마음에 드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스웨터 하나를 샀다.

갑자기 탄산음료가 엄청 먹고 싶어져서 샌드위치 가게에 갔다. 느릿느릿 샌드위치로 저녁을 떼우고 어슬렁 어슬렁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다. 아니 그냥 읽는 시늉을 한다. 두어시간쯤. 저녁 10시가 되었다. 귀가.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 뒤로, 대략 이렇게 일상이 평온해졌다. 계산도 없고, 고민도 없고, 그냥 내 스스로의 시간 그 자체로 완전한 어느 주말이었다.

– 완벽한 시간을 보냈다 @A-RA.COM –